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가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 과정에서 인지한 정부 주요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되면 입찰자격을 6개월간 제한한다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 조항에 따라 자칫 제재를 당하게 되면 영원히 공공기관 정보화사업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IT서비스업체와 협력하는 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기관의 정보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개정안의 내용이 너무 불명확해 악용될 소지가 너무 높다. 업계는 이 때문에 개정안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에 공문까지 보내고 시정을 요구 중이다. 국가계약법 개악 논란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국가보안법과 비슷한 기업보안법이다.” IT 서비스와 SW업계 관계자들은 재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규정 자체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법 해석이 가능하다. IT 서비스 업체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규정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며 국가기관에 따라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기줄이 서로 다를 때 자칫 모든 책임과 부담은 IT 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칫 국가기관이 IT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입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보’의 개념과 범위 등의 정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중에 따라 보호 대상 ‘정보’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보를 유출한 개인이 아닌 개인이 속한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도 논란거리다. 시행령은 제재 대상을 ‘정보를 무단으로 누출한 자’(제76조 1항 18호)로 적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문제를 유발한 개인이 아닌 소속 기업이 책임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조항을 위반한 기업은 입찰 자격이 6개월간 제한(시행규칙 76조)되기 때문이다. IT서비스 업체 한 임원은 “제재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제재를 최소화해야 IT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다”며 “특정인의 정보 누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헌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중규제 논란도 제기했다. ‘부정경쟁방지법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등에 비밀유지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도 새로 법을 제정하는 것은 이중규제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다. SW 전문업체 최고경영자는 “국가기관의 편의를 위한 ‘규제를 위한 규제’이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거의 비슷한 제재 규율이 있는데도 별도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규제 편의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 전문가들도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가기관 정보보호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축하는 전형적인 규제법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SW 관련 한 대학 교수는 “업계나 학계가 국가계약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국가기관과 역학관계를 고려해 드러내놓고 이의와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구조가 더 문제”라며 “정부가 열린 자세로 문제점을 꼼꼼히 챙기고 개선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은 26일 입법 예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법제화 절차를 밟는다. 김원배·정진욱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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